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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세이

[MiniEssay] 불의를 보면 꾹 참고 지나가야 한다

GoldGiver 2021. 12. 23. 07:02

아버지는 나에게 이르셨다.
불의를 보면 꾹 참고 지나가라고.

 

잠깐만. 나에게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설파한다거나, 내 아버지의 인간성을 속단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볼 필요가 있는 법이다. 그러니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잠시만 호흡을 가다듬어 보자.

 

누군가가 나에게 제일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나는 작년에도, 5년 전에도 그랬듯 아버지를 언급할 것이다.
왜 아버지를 제일 존경하는 인물로 꼽냐고? 당연하게도, 아버지가 세상에서 제일 멋있는 사람이기에, 능력이 정말 출중하시기에... 같은 피상적인 조건 때문은 아닐 것이다.
다만, 나에게 있어 너무나 고마우신 분이기 때문에. 나에게 좋으신 분이기 때문에 그렇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게 아닐까.

 

반면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어쩌면 주변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듦으로써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만든 유명인들을 존경한다고 말하는 것은 타당한가. 아버지를 존경한다고 말하는 것이 초라해 보인다면, 슈퍼카를 자랑하는 부자들을 우러러보는 태도는 또 얼마나 허황되었는가.

나는 그들에게 마음의 빚을 지고 있지 않을 뿐이다.

 

부모님은 한 점의 모자람 없이 나를 키워주셨다. 일용할 양식, 아늑한 집, 푹신한 옷들.
공부를 하러 간다는 핑계에도 꼬박꼬박 속아주셨고, 견문을 넓힌다는 거짓말에도 기꺼이 돈봉투를 기부해 주셨다.
피었는지도 모를 추한 꽃을 피우기 위해 스스로 거름이 되기를 자처하신 부모님. 당연한 것은 없기에, 당신들은 어찌하여 그런 삶을 택하셨는지 철없는 나는 그 속을 헤아릴 도리가 없다.

 

그렇기에, 아버지가 그런 가르침을 전하려고 했던 것에 대해 난 비난할 자격이 없다.
도덕과 윤리를 가르친다면 펄쩍 뛰고도 남을, 사회적으로 불경한 그 말에는 너무나도 개인적인 사정이 담겨 있었기에.
불의를 보면 꾹 참고 넘어가라는 아버지의 말에는 자식을 향한 당신의 사랑이 가득 담겨 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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