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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세이

[MiniEssay] 먼 곳으로

GoldGiver 2021. 12. 30. 07:35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기분이다.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나를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마음은 일상으로부터의 도피를 꿈꾸는 욕구일까. 아니면 내면을 관찰하기 위한 용감한 시도일까.

즐거울까. 과연 행복할까.
그렇게 해서 오롯이 혼자가 된다면, 또다시 홀로 서기를 해야한다면.
세상의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흥겨운 노랫소리까지 두꺼운 유리창으로 막아버린다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갈망을 새로움에 대한 나의 집착이 투영된 결과물이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사실 떠나고 싶은 마음은 말 그대로 떠나는 행위 그 자체를 수행하고자 함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달았다.
어디로 떠나는 것이 중요하다기보다, 그냥.
어디론가 떠나는 것이 중요했었다는 거다.

지금 나를 얽매이는 것들로부터 벗어나서.
온갖 구속과 사슬들을 단칼에 잘라버리고.
그렇게 갖고 싶어했던 예쁜 손목시계마저 풀어헤치는 것.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 떠나기 위해 필요한 공간은 몸 뉘일 곳 한 평 정도만으로 충분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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