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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세이

[Short Essay] 공허병

GoldGiver 2023. 1. 1. 21:17

이 병은 예고도 없이 찾아온다.
한 번 왔다고 해서 다시 찾아오지 않는 것도 아니며,
이미 겪어 보았다고 해서 더 견디기 쉬워지는 것도 아니다.

그냥 공허함이 내 몸속을 파고든다.
햇살의 줄기, 그 속에 담긴 입자 하나하나가 내 몸 속 깊은 곳까지 파고들듯이, 공허의 알갱이들은 깊숙히 내 속으로 휘몰아친다.
나는 그 녀석이 올 때마다, 곧 넘쳐 흐를 것만 같이 부글거리는 냄비를 든 아이처럼 어쩔 줄을 몰라 한다.

따뜻해야만 할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마치 싸구려 골판지가 우그러지는 소리처럼 느껴지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한 시간은, 마치 대여기간이 정해진 소꿉놀이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불치병.

지독한 병을 조금이라도 달래기 위해, 환자는 오늘도 연인의 시간을 빌려쓰려 휴대폰을 들어 밝은 목소리를 꾸며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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