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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의 맛집이 도대체 뭐길래, 그런데 이제 의식의 흐름을 곁들인...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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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의 맛집이 도대체 뭐길래, 그런데 이제 의식의 흐름을 곁들인...

GoldGiver 2021. 11. 16. 23:08
닭한마리는 맛있기 정말 힘든 음식이다. 그냥 물에 닭 넣고 끓인 거라니까? 아니 진짜로.

Memento Mori

당신이 '진짜 맛집'을 찾는다면 기억해야 할 두 가지가 있다.

1. 한국인은 감성에 미쳐있다.

2. 기대하면 실망한다.

감성이 진짜 뭐길래. 사람들은 왜 별 거 아닌 밀가루 덩어리에 돈을 내던지는 걸까.
비슷한 음식이라도 접시의 굴곡에 몸값이 왜 그리 달라지는 걸까. 아, 물론 과하지 않은 은은한 조명이 빠져서는 안되겠다.

감성이란 게 참 오묘하다. 합리적으로는 당최 이해할 수가 없다. 뜨끈한 국밥을 먹고 '아 좋다~'를 외치는 아재가 되어버린 나에게 남은 선택지는 이해할 수 없는 감성이라는 개념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것 뿐이다. 누군가 감상을 물어보면 먼 산을 바라보듯 시선을 돌리며 미소를 짓는 것 밖에. 분위기를 깨고 싶지는 않으니까.

...라고 말했지만, 사실 나도 아예 감성이 없는 사람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랑에는 유통기한이 없을거라 생각했었다'라는 감성 터지는 플레이리스트를 읽으며 손을 놀리고 있다. 이건 비밀인데, 멜로 영화를 찾아보기 위해 "멜로 영화 추천 BEST" 따위의 글도 검색해놓았다. 노래를 듣다 보니 감성에 푹 젖어 글을 쓰는 남자... 그게 나다. 난 너무 멋져.

아 젠장, 오늘은 왜 이렇게 손이 멋대로 움직이는 걸까. 평소답지 못하게 조금 삐뚤어진 글이 나올 것 같다. 의식의 흐름대로, 퇴고도 제대로 하지 않고 그냥 그렇게 내버려두고 싶다. 지금 내 감성을 그대로 담은 글이 나올 수 있으니까? 플레이리스트에서는 마침 잔나비의 노래가 나오고 있다. 저도 힙한거, 쿨한 거 싫어요.

다시 주제로 돌아가보자. 한국인은 감성에 미쳐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그래서 어떻게 하면 감성을 뚫고 좋은 맛집을 찾을 수 있는데? 나도 모른다. 나한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다만 망고플레이트나 구글 리뷰를 보며 평점 높은 곳을 가면 평타 이상은 친다는 통계가 있다. 너무 단순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무조건 평점이 제일 높은 곳만 들르는 건 아니니까. 뭐, 이것저것 따지겠지. 어떤 메뉴인지, 최근의 평가가 어떠한지, 평점이 낮은 리뷰는 어떤 원인에서 기인했는지 등등.

결론적으로, 근데 잘 모르겠다. 애초에 진짜 맛있는 음식이라는 게 있을까. 아니, 농담이 아니라 진심으로. '진짜' 맛있는 음식이라는 게 있어? 난 예전에는 그 존재를 믿었었지만, 이제는 조금 그 기대를 내려놓았다. 사람들은 항상 '진짜' 맛있는 것을 먹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하지만 그런 게 있는 걸까. 나는 이제 그건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진짜' 사랑, 'True Love'를 찾았다고 하면서 남자친구 몰래 남사친과 술을 마시러 가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진짜' 뭐하는 사람이지?

다행히 '진짜' 맛있게 음식을 먹는 확실한 방법이 하나 있다. 굶으면 된다.

조금 극단적인 예시지만, 내가 인생에서 제일 맛있게 먹은 음식이 뭔지 아는가?

구구콘이다. 푸아그라도, 엄마의 갈비찜(다섯 손가락 안에는 들 수 있을 것 같다)도, 한 시간 전에 전화를 하면 사장님이 배를 타고 나가 잡히는 생선이 그날의 메뉴인, 아버지가 자주 들르셨던 어느 이름 모를 서해안 도로변의 가게의 쫄깃한 도다리 회도, 우스꽝스럽게 높은 곳에서 소금을 뿌리는 스타 셰프 소유의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는, 마스터셰프 코리아 파채 썰기 미션에서 탈락했을 법한 조리학과 재학생이 구운 가리비 관자 구이(그런데 이제 알록달록 새콤상콤한 이국적인 해초 튀김이 곁들여진)도 아니었다. 일단 아웃백 스테이크랑 투움바 파스타는 나가있어. 뒤지기 싫으면.

훈련소에서 6주 간의 훈련 과정이 끝나갈 무렵, 저녁 시간에 나왔던 구구콘의 맛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날의 분위기, 그날의 기쁨. 특식이라는 명목으로 딸려 나온 육개장 컵라면을 먹으며, '맛이 변했네'라며 웃으며 고개를 저으면서도 '혹시 주변에 먹지 않고 남기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기대섞인 곁눈질을 했던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추억은 미화되고, 기억은 잊혀진다. 사회에 나와 홀리듯 구구콘을 찾은 건 내 잘못이 아니었다. 그 날 그 순간 나와 함께 있던 동기들은 한 번쯤 마트에 가서 성에 낀 구구콘을 발굴했으리라.

하지만 역시는 역시다. 성시경의 '너는 감동이었어'가 흘러나올줄 알았건만. 내 머릿속에서는 다이나믹 듀오의 '거기서 거기'가 시비를 걸고 있었다. 거기서 거기. 하긴 구구콘이 그렇게 맛있는 음식일리가 없지. 뭐가 그리 특별하다고 기대를 했을까. 짧았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3초? 사실 그것보다 짧았을거다. 기대를 하면 실망한다니까. 그게 세상의 순리다.

그 날 이후로, 나는 구구콘을 입에 댄 적이 없다. 딱히 다시는 구구콘을 먹지 않겠다고 다짐한 것도 아니고, 불타는 애국심으로 불매운동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손이 가질 않는다. 추억은 추억으로 남겨두는 편이 제일 좋을지도. 아니, 사실 기대를 너무 했던 게 문제였다.

She

자장가로 불러주고 싶은 노래. 하지만 내가 부르면 감성이 와장창 깨질거야.

한국인은 감성에 미쳐있다. 기대하면 실망한다. 내가 제일 처음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던 두 가지이다.

하지만 감성에 미치지 않을 수가 없다. 감성 바이러스는 잠복기에 동면중인 반달가슴곰처럼 얌전히 누워 있다가, 코에 바깥 바람이 들어갔다 싶으면 벌떡 일어난다. 곰돌이가 꿀을 찾아 멀리멀리 떠나듯 감성 레이더는 거리를 따지지 않고 목표물을 탐지한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고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물론 나도 어느 정도는 마찬가지이고.

기대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사람이? 살아가면서? 기대를? 안한다고? 그럴 수가 없지. 심지어 오늘은 설마.. 설마 오늘 5분 일찍 퇴근할 수 있는걸까? 따위의 같잖은 생각에 두근세근 설렘반 하트시그널4 출연자가 된 것 마냥 가슴이 콩닥거리니까. 정작 연인이 고심한 수십만원 짜리의 선물에는 실망하기도 하면서. 그게 사람이라는 거겠지. 기대와 실망은 애증관계임에 틀림없다. 아니면 공생관계거나. 배트맨과 조커처럼 서로를 완성시켜주는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실망이 다음 번에는 기대를 탄생시키기도 하니까.

그래서 이 글의 결론이 뭐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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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했다면 실망했겠지? 물론 기대 같은 건 안했겠지만, 결론 같은 건 없다. 적어도 이번 글에서는.

그냥 표출을 하고 싶었던 걸지도. 생각보다 오랜만에 다시 글을 쓰는 것 같기도 하다.

마침 기막히게도 전화가 왔다. 전화를 하고 나서 이어 쓰려고 하니 무슨 내용을 쓰려고 했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오늘 글에는 주제가 없으니 의식의 흐름을 조금 더 타보려고 한다.

기대하면 실망한다. 그건 맛집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우리가 상대방에게 화를 내고, 짜증을 내고, 미워하는 모든 일련의 과정들은 기대가 깔려 있었기에 그런 게 아니었을까. 기대가 없었다면 실망할 일도 없었을 텐데. 상처받는 일도, 서운해 하는 일도, 분노하는 일도, 슬퍼하는 일도.

희노애락은 인간의 본성이자 필수요소이기에 감정이 결여된 로봇이 되라는 요구를 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그럴 거라는 기대. 그래야 한다는 기대. 그러면 좋겠다는 기대. 이 모든 기대를 잠시 제쳐 두고, 그냥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면 어떨까. 물론 이 모든 내용은 내 스스로에게 하는 이야기이자, 공감받고 싶은 마음의 표현이면서, 남몰래 전하는 위로의 메시지이다. 고요한 호수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스트레스라는 폭풍우에 휘말리지 않았으면 하니까.

쓰다보니 내가 참 못난 놈이라는 생각도 든다. 내가 먼저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무슨 낯짝으로 잘난 듯이 이런 얘기를 하고 있나 싶기도 하고. 그만 덧붙여야겠다. 앞으로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의식의 흐름에 몸을 맡기다 보니, 이런, 글이 점점 낙서처럼 변해가고 있다. 그러니 이제 여기서 마무리해야할 것 같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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