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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세이

[MiniEssay] 적외선 카메라

GoldGiver 2021. 12. 2. 19:30

어제는 하루종일 원슈타인의 적외선 카메라를 들었다.

2020년 겨울, 나는 별 걱정도 없이 자취방에서 이 노래를 들었다.
이 노래가 내 걱정을 가져가버린건지도 모르겠다. 그냥, 이 노래를 들으면 그때로 되돌아간 것만 같다.
따뜻한 전기장판 위 싸구려 일인용 침대에서 웅크리고 앉아 고개만 살짝 흔들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여유와 권태 사이에서 하릴없이 시간을 죽이던 한심하고 부러운 내가 보인다.

그땐 그랬었지. 겨우 1년이라니. 벌써 1년이라니.

시간은 너무나도 소중하다. 그러니 노래도 함부로 고르면 안되는 것이다. 노래를 듣는다는 건, 그 가수의 목소리에 내 시간을 바치는 행위이니까.

노래가 나라에서 허용한 유일한 마약이라는 우스갯소리처럼, 그때의 나는 그냥 무언가에 취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적외선 카메라에 쏟은 시간은 아깝지 않다. 적당히 기분좋게 취할 수 있었으니까.

애주가들이 좋은 술을 찾는 이유를 조금은 알것도 같다. 시간은 소중하니까. 감히 싸구려 술에 함부로 취해서는 안되는 법이다.

지금도 적외선 카메라를 듣고 있는 나는 이미 중독되어 버린 것일까. 내년 이맘때도 다시 이 곡을 찾겠지.

클래식이라는 건, 세월을 견딘 작품에게만 부여되는 영광스러운 칭호이다.
언젠간 이 노래도 나에게 클래식으로 남게 될까.
그때는 또 어떤 생각을 하며 이 노래를 듣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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