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Foodie's Study
[MiniEssay] 사라지는 꿈 본문
요즘 나는 술탄 오브 더 디스코라는 밴드에 푹 빠져있다.
나는 영화나 책보다 노래에 감정이입이 잘 되는 편이라, 내 기분과 감정상태에 따라 플레이리스트를 바꿔 듣곤 한다.
때에 따라 신나는 노래를 듣고 싶을 때도, 슬픈 노래를 듣고 싶을 때도 있다.
물론 복합적인 분위기도 좋아한다. 사실, 흥겨우면서도 서글픈, 그렇지만 처지지 않을 정도로 정이가는 그런 음악을 만드는 밴드를 찾은 것 같다.
요즘 나는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즐거울 때나 힘들 때나 언제나 디스코를 듣는다. 디스코에 복합적인 향이 섞여 있는 것인지, 아니면 술탄 오브 더 디스코가 그런 식으로 디스코를 표현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술탄 오브 더 디스코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아마 '통배권' 때문이었던 것 같다. 독특하고 유쾌한 것을 좋아하는 내 취향을 완벽히 저격한 노래였다. '캐러밴'이라는 노래를 통해 찐팬(?)이 되었던 것 같고. 나는 항상 유니크한 감성을 가진 아티스트를 좋아했었다. 그래서 인디밴드 앨범을 뒤적거리다가, 확 꽂힌 밴드가 있으면 전집을 플레이리스트에 넣고 테이프가 늘어질 때 까지(지금은 테이프를 쓰지 않으니까, 핸드폰이 과열되어 먹통이 될 때까지로 하자) 들었던 것 같다.
술탄 노래 중에는 참 명곡들이 많지만, 요즘은 그 중 '사라지는 꿈'이라는 노래를 많이 듣고 있다.
요즘은 가끔 위안과 위로를 받고 싶을 때마다 듣던 오래된 노래들보다, 이 노래가 끌린다. 뭐랄까, 씁쓸하면서도 애잔하고, 과하지 않고 담담하게 고민을 풀어내는 느낌.
나 또한 사라지는 꿈을 꾸곤 한다. 탈출하는 꿈을 꾸곤 한다. 과거의 모든 허물을 벗어버리고 축축하고 연약한 맨 살에 건조하고 거친 바람을 온 몸으로 마주하는 그런 두려움 섞인 해방감. 그런 광경을 때론 망상하곤 한다.
안타깝게도 시간이 지나면서 허물은 점점 두꺼워져만 간다. 반투명한 허물 속에서, 나는 이미 답답한 편안함에 중독된 것일까. 허물 밖을 나가기 두렵다면 도대체 무엇을 겁내야 하는 것일까.
내가 꼭 붙들고 있는 것이 매몰비용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면 고민하지 않았을 텐데. 누군가 내가 덮고 있는 껍질을 누더기라고 조롱할지언정, 모포에는 아직 온기가 남아있다.
새로운 도전. 어떤 것이 되었든 그건 항상 두렵고 어려운 일이다. 준비를 해야 하지만, 완벽히 준비된 상태 따위가 정말 존재할 수 있는 걸까. 아닐거다, 아마.
그러니, 그냥 너무 많은 것들을 미리 고민하며 스스로를 고뇌의 늪으로 빠뜨릴 필요는 없다.
한없이 귀여워 보이는 병아리조차 따뜻하고 딱딱한 알 껍질을 깨고 잔혹한 세상으로 나오고 있다.
필요하다면, 나 또한 스스로 자신을 가두어 놓은 얇은 수수깡 창살에 가벼운 발길질을 가하자.
사라져 버리자. 낯선 곳에서 벌어질 일들을 너무 걱정하지 말고. 어쩌면 '갤로퍼'를 타고 'Shining Road' 를 달리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그냥 어느 영화 평론가의 말처럼 해보자.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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