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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Essay] 아버지는 맛없는 집을 들르셨다

GoldGiver 2022. 10. 8. 18:47

바야흐로 예약대란이다. 유명하고 맛있는 곳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사전작업이 거의 필수가 된 시대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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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너무 장사가 잘 되서, 굳이 예약 따위 받지 않는 음식점들도 부지기수다. 그런 곳들은 추운 겨울날 롱패딩을 부여 잡으며 같이 온 친구나 연인들과 펭귄 놀이를 할 준비를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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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자칭 미식가이기에 맛집을 찾아가시는 편이다. 포장도 자주 해 오시고.

자칭 미식가인 아버지.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아버지는 혼(混)식가에 가깝다. 뭐든지 비비고 섞어 드시니까. 전문 용어로 쓰까 묵는다고 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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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의 세계는 냉혹하다. 잘되는 곳은 잘되고, 안되는 곳은 안되는 법.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음식점의 경우 그 편차가 제법 크다. 바로 옆집에 붙어 있어도 문전성시를 이루는 집과, 파리만 날리는 집이 있을 정도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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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그런 한산한 가게를 보며 가끔 안타깝다는 말을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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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아버지는 실제로 정말 장사가 안 되는 가게에 일부러 들어가신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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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게는 부부가 운영하는 곳이었다. 아마도 가족이 다 함께 일하는 그런 느낌일 게다. 말을 잘 들어야 산타 할아버지가 찾아오신다는 것을 믿었던 어린 시절, 착한 어린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펼쳐봤던 '우동 한 그릇'이 떠오르는, 그런 허름하면서도 주인장의 친절함이 묻어나오는 곳이었다.

하지만 각박한 세상 속에서도 혀는 본연의 역할을 다 하고 있었다. 음식은 맛이 없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라고 아버지는 생각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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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맛이 생명이니까. 음식점은 맛이 생명이니까.

사람들의 발걸음을 돌릴 수 있는 원동력은 맛에서 나오는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이 넘치는 음식점은 흔들리는 촛불처럼 꺼져가는 생명력으로 존폐를 건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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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쓰러운 마음이 든 나머지,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음식이 맛이 없다고. 물론 기분 나쁘게 이야기 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돌려 말씀하셨을 거다. 인공적인 맛을 줄이는 게 좋겠다는 이야기와 추가적인 개선점을 가게 주인께 전달드렸다.

괜한 오지랖이라면 오지랖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가게가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 나온 참견이 아닐까. 오래간만의 손님이 준 슬픈 피드백에, 주인 아주머니께서 웃으셨는지 우셨는지는 나의 관할 밖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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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게가 잘 되는지 아닌지조차 지금은 알 수 없는 일이다.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으로 아버지는 나름대로의 조언을 건낸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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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맛집을 탓할 수는 없다. 그들도 살기 위해 맛있는 요리를 대접하는 것일 뿐이니까. 그러니 맛집이 맛 없는 집들을 박멸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인 것이다. 따라서, 맛 없는 집이 환골탈태를 하여 기존의 맛집들을 몰아내기를 바라는 것 또한, 잘못된 일이 아닌 것이다.

모두가 행복해지는 길은 없기에, 우리는 누군가가 불행해지는 소원을 매일 빌면서도 이를 외면한다. 왜냐하면 마음 속으로는 완전한 행복을 꿈꾸기에. 누군가가 행복해지길 바라는 소원에는 면죄부가 따라붙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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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없는 집에 대한 동정과 연민이 섞인 글을 쓰는 나조차도, 여전히 맛집을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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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의 맛이 뭐라고, 그거 하나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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