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Foodie's Study
사랑에 관하여 #2 : 선택받는 남자는 무엇이 다르기에 본문
옛날 옛적, 자기계발서를 좋아하던 한 아이가 살았답니다.
흔히 '충'이라는 글자가 붙는 단어는 좋은 뜻으로 쓰이지 않는다곤 하지만, 사실 나는 가성비충이다. 때론 징그러울 정도로.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어렸을 적부터 자기계발서와 명언집을 좋아했다.
왜냐하면 명언은 압축적이기 때문이다. 대략적으로 소설 -> 에세이 -> 기술서적/자기계발서 -> 동기부여 영상 -> 명언 순으로 함축성이 올라간다. 어떻게 표현하는지와 어떻게 전달력을 높이는지의 차이가 있을 뿐, 핵심 메시지는 간단하고 비슷한 경우가 많다. 그러니 쓸데없이 시간을 쏟아부어 같은 내용을 파악하기보다, 짧은 한 줄의 문구로 삶의 지혜를 얻어가는게 낫지 않은가. 그런 생각을 하며 때론 명언집과 잠언집을 필사하기도 했다.
그런 싸구려 책을 읽지 말고 고전을 읽어야 한다는 말도 지금껏 많이 들어왔다. 흔히 고전(古典)이라고 하면 논어나 맹자 같은 옛 현인들이 기록한 서적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나는 사서삼경에 들어가는 책들도 결국 자기계발서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비판해도 할 말은 없지만, 결국 대학이니 중용이니 하는 책들 또한 그 시대에 맞는 명언과 글귀들을 망라한 것일 뿐이라는 뜻이다. 공자가 동기부여 강사였다고까지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지만, 본질적으로 크게 다를 것 없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있다. 조금 더 좋게 표현하자면 청춘 멘토같은 느낌이려나? 어쨌든 우리가 현재 '자기계발서'라고 부르는 책들은 '고전(古典)'의 현대적 변용이라는게 내 입장이다.
물론 자기계발서가 제일 좋다는 건 아니다. 예외도 있다(사실 대부분이 예외인 것 같기도 하다). 괜히 성경과 탈무드가 베스트셀러가 아니듯이, 교훈을 이야기로 전달했을때의 강렬함과 감동은 때론 메시지를 길게 늘려야 하는 충분한 근거가 되기도 한다.
결국, 모든건 같은 내용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놈이 그놈이야 : 놈놈놈
가끔 어르신들이, 어떤 남자를 고를지 고민하는 딸들에게 이런 말을 해주곤 한다.
'그놈이 그놈이야'
사실 이 말에는 어폐가 있다. 어떻게 그놈이 그놈일 수 있는가? 세상을 살다보면 느끼는 거지만,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분명히 존재한다.
아마 이런 말을 하시는 게 아닐까? "너무 까다롭게 고르다 보면 같이 살 수 있는 사람이 없다" 거나 "원래 그냥 참고 사는 거다" 같은.
그게 정말 맞는 걸까?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정말 좋은 사람과 함께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혼자 사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물론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를 판단하는것도 다분히 주관적이라, 기준을 어떻게 세우느냐에 달려 있긴 하다.
하지만 단순히 '살다보면 누구나 조건이 비슷해진다'거나 '겪어보니 다 똑같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무책임한 말이지 않나 싶다. 까놓고 말해서, 부모님 세대라고 해서 여러 사람과 결혼 생활을 겪어본 것도 아니지 않는가?
자네가 XX하는 건... 말이 되고?
그럼 도대체 누구를 만나야 하는걸까?
어떤 사람을 만나야 남들과는 '다른' 사람을 만났다고 할 수 있는걸까?
사실 여기서 '다른' 사람이라는 것은 '나와 잘 맞고 좋은 사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인걸까?
잠언집을 굳이 서점에 가서 구매할 정도로 극한의 가성비충이었던 필자는, 한 가지 판단 기준을 세우게 되는데...
"THE DEVIL IS IN THE DETAILS"
결국 '선택받는 남자'들은 디테일에서 차이가 난다는 것.
인성은 기본 조건일 뿐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남자들은 정말 '착하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한 번쯤 '오빠는 참 착한데...' 같은 말을 들으며 성장하곤 한다. 즉 무언가 현재 상태 이상을 원한다면, 단순히 '착한 오빠'의 상태로 남아있으면 안된다는 거다.
사족이 붙었지만, 어쨌든 디테일은 표현에서 나온다.
어떻게 표현하는지가 모든 것을 좌우한다.
영화도 결국 진부한 설정을 어떻게 연출할 것인지가 문제다. 소설도 결국 뻔한 스토리를 어떻게 전개할 것인가의 문제다.
마찬가지로, 인간관계도 결국 비슷한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사람은 사랑을 한다. 반드시. 다만 그 과정에서 이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가 중요한 법이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 이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 매일 매일 함께하는 순간의 고마움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내일도 만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티를 낼 것인지. 이런 디테일들이 모이고 쌓여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게 해 준다.
다만 '잘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아니, 사실 가끔씩은 정말 어렵다. 나는 걱정이 많은 사람이라, 내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기 전에 상대방이 부담스럽거나 귀찮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상대방 입장에서는 듣기 좋은 소리일수도, 듣고 싶어하는 말일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표현이 어려운 이유는 가지각색이다. 먼저, 솔직해지면 솔직해질수록 자신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것에서 오는 부끄러움이 있다. 혹은 사람에 따라서는 손해를 보는 느낌이 드는 것 같아 표현하는 것을 어려워 하는 경우도 있겠다. 나 또한 야물딱지게 자기 것을 잘 챙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귀에 딱지가 앉히도록 들어왔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 동안만큼은 그런 가르침이 떠오르지가 않는다. 한 마리 호구가 되어 모든 것을 다 퍼주고 싶어하는 나를 보며 때론 신기하다는 생각을 한다. 뭐든지 적당한 것이 좋겠지만, 어쨌든 다양한 이유가 있다는 거다.
쓰다보니 길어졌지만, 결국 표현을 잘해야 한다. 자기 자신의 마음도 잘 모르는 경우가 태반인데, 표현을 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상대방이 자신을 알아주기를 바랄 수가 있을까? 결국 부끄러움이나 이해타산적인 마인드는 극복해야 할 대상에 지나지 않는다는게 내 지론이다.
아직도 사랑이 무엇인지 잘은 모르겠다. 하지만 감사한 마음을 소중히 간직하고 꾸준히 표현하리라 다짐하며,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잠에 들기 전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겠다고 나 스스로에게 작은 약속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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