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맨정신이 정말 힘들다

가사가 공감되었던 노래, 맨정신

왜 이렇게 불안할까. 왜 이렇게 답답할까.

잠시 아무 생각 없이 쉬려고 하면 내가 해야 할 일들이 머릿속에 좌르륵 떠오른다.

수많은 일들은 작은 돌멩이 같은 녀석들부터 거대한 바위까지 가지각색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 돌덩이들이 모이고 모여 나를 무심하게 짓누른다.

스스로에게 부과한 마음의 짐을 짊어지면서도, 시선은 자꾸 옆을 쳐다보게 된다. 곁눈질을 하면 나보다 더 무거운 바위들을 가뿐히 들고 뛰는 사람들이 있다. 함께 시시껄렁한 농담을 주고받던 친구의 얼굴도 보이고, 가까이 지내고 싶지 않았던 어색한 얼굴들도 보인다. 하지만 한가지 공통점이 보인다. 왜 항상 나를 남겨두고 먼저 달려나가는 것 같은 걸까.

 

담담한 척 연기를 해왔다. 내가 바라는 인생은 평탄하고 안정된 삶이라고 스스로를 속이며 나의 부족함과 과오를 제대로 마주하지 않으려 했다. 도망칠 수 있는 일이라면 도망갔고, 빠져나갈 수 없으면 용감히 맞서기보다 무릎을 꿇고 빌었다. 액션 영화에 나오는 배우처럼, 열혈 청춘물에 나오는 캐릭터처럼 처참히 깨지더라도 맞서는 깡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나는 주인공이 아니었던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핑곗거리를 제공해 왔다. 얼마나 꼴사나운지.

사람은 참 간사하다. 나는 참 간사하기까지 했다. 우리는 때로 상대방이 잘 되었을 때 축복을 뿌린다. 하지만 상대방이 너무 잘 되었을 때는 축복이 이내 질투로 변모하기도 한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버려야 하지만 쉽사리 버려지지 않는 검은 쓰레기 봉지가 내 가슴 속에 담겨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금까지는 꽁꽁 숨기고 그냥 웃었지만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까? 언젠간 고약한 악취가 봉지를 뚫고나와 주변 사람의 눈을 찌푸리게 만들지는 않을까?

욕망은 나를 더 성장하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때론 끊임없이 괴롭히고 귀찮게 구는 이 거머리 같은 존재를 떼내어 버리고 싶기도 하다. 모순 덩어리다. 사실은 그냥 이기적이고 게으른 것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무언가를 얻길 바라지만 그것을 얻기 위한 과정을 겪고 싶지는 않아 하니까. 종종 두렵다. 지금껏 그래왔으니 앞으로도 그런 상태로 머물러 있을까봐.

내가 정말 잘 할 수 있을까. 어떻게든 마음을 다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때로는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다. 아니,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을 때도 많다.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지만, 아무렇지 않았던 옛날로 돌아가고 싶기도 하다.

과도한 생각과 잔걱정은 나를 점점 수렁으로 잡아끌기도 한다. "Life doesn't have to be complicated"를 되뇌이지만, 그건 사실 복잡하고 우려로 가득찬 내 마음을 숨기기 위한 방어기제가 아닐까. 돈에 관심 없다는 사람이 제일 돈에 미친 사람이라는 말처럼.

불안함과 답답함은 때론 자가증식을 하듯 스스로 몸집을 키워간다. 이건 과분한 꿈을 꾸는 나에게 주어진 형벌과도 같은 것인 걸까? 이 과정을 즐기지 못한다는 건 자격이 없다는 뜻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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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거지같은 생각에 잠길 때마다 이불을 뒤집어 쓰고 칩거하곤 했다. WHAT A WASTE OF MY LIFE. 이제는 차라리 바람이나 좀 쐐는 게 더 낫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더 좋은 건 운동을 하는 거고. 사람들이 지도 밖으로 행군할때, 나는 충혈된 눈을 비비며 겨우 이불 밖으로 행차했었다.

 

이런 잔걱정과 잡생각들이 생성되지 않도록 만들 수는 없다. 그러니 없애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잘 관리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불안할 수록 내가 해야할 일에 집중하고, 좋은 사람을 곁에 두어야지. 

 

모든 근심 불안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모든 일이 잘 풀릴 것이라는 희망까지는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인간성과 희망을 동시에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누구에게나 따뜻한 그늘이 필요한 것 같다는 것도 새삼스레 깨달았다. 나 또한 시간이 흐를수록 기댈 곳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내가 이토록 외로움을 타는 사람이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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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1 불현듯 생각난 그 노래. 하지만 지금 듣기에는 너무 신나는 노래. 가사가 공감이 간다. (어느정도)

맨정신이 난 힘들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맨정신이 난 제일 싫어
너 없인 잠들 수가 없어

시간은 더럽게 안 가고 나이만 들어 죽은 듯 살아
할 일은 더럽게 많은데 하고 싶은 건 하나도 없어

p.s.2 힘든 날에는 가끔 '지친 하루'라는 노래를 듣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힘들게 살지도 않은 것 같은데? 라는 생각에 멋쩍게 웃는다. 솔직히 누워서 유투브 본 시간이 얼만지 내가 아니까... ... ...

 

p.s.3 그래도 힘든건 힘든거지, 라고 생각하다가 나보다 더 힘들게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위안을 얻는다. 이렇게 채찍과 당근을 혼자서 주고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