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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Essay] 회전목마는 우리를 속이고 있다

GoldGiver 2021. 12. 2. 19:33

오늘은 회전목마라는 노래를 들었다.

한 가지 노래에 꽂히게 되면 하루종일 그 노래를 틀어놓는 내 버릇이 또 발동되었다. 공부중에도, 샤워할때도, 이동중에도 어김없이 회전목마가 반복재생된다.

회전목마라.
회전목마에는 항상 특유의 감성이 묻어있다.
사실은 어렸을 적, 회전목마를 타 본 일이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을 못 하는 것이 아니라 타 본 적이 없을지도 모르지.

빙빙 돌아가는 회전목마처럼 영원히 계속될 것처럼. 빙빙 돌아온 우리의 시간처럼. 노래 가사처럼, 나도 나에게 주어진 시간과 젊음이 계속될 줄만 알았다. 빙빙 돌아가는 회전 목마처럼, 내 눈에 보이는 풍경은 한바퀴를 돌아도 처음 그대로일줄 알았다. 빙빙 돌아가는 회전목마를 탄 채 주변을 둘러보니, 어느새 첫 바퀴째의 풍경과는 사뭇 달라진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시간. 모든 게 다 시간 탓이다. 변하는 건 시간 단 하나뿐이다. 회전목마는 아무 말도 건내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제자리에서 빙빙 돌 뿐.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회전목마가 결백하다는 건 아니다.

회전목마는 우리를 속이고 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채 빙빙 돌아가며 시간이 흘러가지 않을 것만 같은 환상을 선사한다. 시간이 흘러가지 않고 영원히 계속될 것처럼 빙빙 돌아간다. 하지만 싸구려 오르골 같은 배경음악이 끝나면, 회전목마의 유치한 거짓말에서 깨어나야 한다.

가짜 말에서 내리는 순간, 우리는 진짜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
그러니 회전목마 위의 시간이 더없이 아름답고 덧없이 흘러가는 것이다.
그러니 회전목마의 지독한 거짓말에 기꺼이 속아줄 수 있는 것이다.
다시 한번, 속기 위해 우리는 회전목마를 탄다.
회전목마는 우리를 속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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