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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Essay] 시간에도 영수증이 붙는다면

GoldGiver 2021. 12. 4. 07:03

시간이 없다.
시간을 사고 싶다.
미하엘 엔데의 모모에서처럼, 시간은행이 있었으면 좋겠다. 성실히 갚아나갈 자신도 있는데. 물론 신용불량자가 되어 말년을 인큐베이터에서 마감할수도 있지만서도.

안타깝게도 은행은 없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시간을 사고 파는 일이 성행하고 있다. 비록 저장을 할 수 없기에 보이지 않을 뿐. 사람들은 시간을 물건과 맞바꾸기도 하고, 돈을 벌기 위해 사용하기도 한다. 어떻게 쓰는 것이 제일 현명한 소비일지는 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부분이겠지.

시간에도 영수증이 붙는다. 그러니 허투루 사용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돈과는 달리 시간에는 법인카드 따위도 없으니. 함부로 사용한 시간은 나랏님조차 구제해 줄 수 없다.

내 머릿 속 창고는 헛되이 사용한 영수증이 가득 담겨 넘치기 직전이다. 아무렇게나 널부러진 흰 종이들에 좋은 경험이었다는 스티커를 붙인다. 그러곤 이 모든 것들이 예쁜 쓰레기가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항변한다. 아쉽게도 변호사도, 검사도, 판사도 전부 나 자신일지니, 날카롭고 예측불허한 변론 따위는 재판정에서 먹히지 않겠지만.

Youth is wasted on the young.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후회라는 녀석은 아무리 떼어놓으려 안간힘을 써도 내 발목을 잡고 있다. 아무리 흔들어도 대롱거리기만할 뿐 놓아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니 내 발목에 거머리처럼 달라붙어 있는 녀석이 더 커지지 않게 노력하는 수밖에. 더는 순순히 먹이를 주지 않으리라.

인생을 사랑한다면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 왜냐하면 인생이란 시간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그렇게 말했다. 행복한 삶을 가꾸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적이다.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시간은 흐르고 있다.

시간을 어떻게 써야 잘 썼다고 소문이 날까. 소문이 나지 않아도 좋으니, 내가 진정 만족할 수 있게 시간을 쓰고 싶다.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한 고민은 깊어가지만, 다행히 한 가지 정도는 확실히 알 것도 같다.

아무리 시간을 보내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그런 만남을 찾아나서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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