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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Foodie's Study

사랑에 관하여 #1 : A의 발렌타인 본문

일상/에세이

사랑에 관하여 #1 : A의 발렌타인

머니덕 2021. 9. 22. 23:23

누구에게나 한번쯤 봄은 찾아온다.

A의 발렌타인도 봄바람을 타고 굳게 닫혀 있던 문을 열어 젖혔다.
설레는 마음을 담은 싸구려 초콜릿 상자를 들고, 학교로 향하는 길. A는 오랜만에 느끼는 설렘에 기분좋은 불쾌함을 안고 학교 정문에 도착했다.
5000원짜리 종이 박스 안에는 수줍게 그려진 하트 엽서가 들어있었고, A는 항상 그를 보며 밝게 인사를 건네던 B에게 연락을 하기 위해 핸드폰을 꺼냈다.
하지만... 중략 ... A의 발렌타인은 봄바람을 타고 스치듯 홀로 떠나갔다.

True Love

진실된 사랑이란 무엇일까? 사랑의 'ㅅ'자도 모르는 나에게 있어서 이 질문은 항상 어렵기만 했다. 사랑이라. 짝사랑도 사랑이라고 할 수 있는 걸까? 누군가를 정말 사랑한다는 건 그 사람의 외적인 요소를 들어낸 후에도 성립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이런 흔하디 흔한 고민을 하며, 내 마음을 홀로 간직하는 겁쟁이 같은 생활을 유지했었다.
하지만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 모순적이게도 사랑이 무엇인지는 아직 잘 모르지만, 이것이 사랑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것을. 사랑의 형태와 질감은 잘 모르지만, 무언가 맞닥뜨렸을 때 이것이 진짜인지 아닌지를 알 수는 있다는 것을.
우리는 누구나 사랑 앞에 초라해진다.
그 사람이 얼마나 매력적인 사람이든, 상대방이 얼마나 겸손한 사람이든 관계없이 사랑 앞에 우리는 모두 공평하다. 헐벗은 상태가 되어 일말의 희망과 거절에 대한 두려움에 몸을 움츠린다. 고개를 숙인다. 눈을 내리깔고, 긴장된 손을 살짝 내밀어 온기가 내려앉길 기대한다. 손이 포개어진 순간에야 비로소 안심하고 고개를 든다. 눈. 예쁜 눈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가슴 깊은 곳에서 찡한 따뜻함이 몸을 데운다.
그러니, 사랑이 이루어지기가 쉬울 리가 없다.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이거나, 가볍게 만나려는 상대에게는 큰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는다. 큰 고민을 하지 않는다. 그러니 오히려 단순하고 간단하다. 그냥 평소의 모습에 약간의 MSG를 친다. 긴장하지 않는 모습은 오히려 자신감의 발현으로 보인다. 긴장을 하지 않으니 실수도 드물다. 그렇게 그 둘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당분간은)
그리고 고민은 계속된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너무 무거운 단어는 아닌걸까?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아니, 사실 자주 하게 된다.
예전에 한 동아리 선배가 있었다. 그 선배는 사랑이 너무 넘쳐서, 짝사랑하는 선배에게 "누나, 저 누나 사랑해요"라고 고백을 했다. 물론 잘 되지는 않았지만, 이를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봐줄 수도 있을까? 오히려 "사랑"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무거움에 상대는 더욱 큰 부담감을 느꼈을까? 좋아한다는 것과 사랑한다는 말 사이의 간극을 메꾸기 위해서는 얼마만큼의 애정이 필요할까?
하지만 그럴수록 솔직하게
어떤 사람을 알게 된 기간, 경로나 개인적 차이에 상관없이 사랑한다는 말을 하면 안되는 걸까? 아니, 전혀 안되는 건 아니다. 다만 상대방이 부담스러워 할 것이 걱정될 뿐. 이것이 쓸데없는 우려인지 아닌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결국 사랑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용기와 솔직함이다. 한 발자국 더 다가서서, 가슴 한 켠에 담아둔 마음을 살짝 보여주는 게 낫지 않을까. 서두를 필요는 없지만.
너무 고민하지 않기로
모든 사람들에게 삶의 목표를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행복'이라는 단어를 꺼낸다. 행복. 참 좋은 단어다. 사실 우리가 고생하는 게 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아니겠는가? 하지만 그 어느 누구도 행복이라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오히려, 우리는 행복에 집착하면 할 수록 행복이 진짜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린다. 돈을 많이 버는 것이 행복이라고 믿고 이에 매진했지만, 돌이켜 보니 행복이라는 것을 놓쳐버리는 경우처럼. 그러니,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너무 고민하지도 않기로 했다. 현재의 감정에 충실하며, 솔직해지기. 그게 내가 지금까지 깨달은 사랑에 대한 전부인 것 같다.



중략
A는 휴대폰을 들어 친한 대학 동기에게 전화를 걸었다. 시시껄렁한 잡담과 뻔한 농담을 주고 받은 후, 전화를 끊고 심호흡을 했다. 썸을 타던 B에게 전화를 하기 위해 30분째 그 자리에 서서 고민을 했다. 그리고 밀려들어오는 두려움에 굴복해 자신에게 관심이 있던 C에게 전화를 걸었다. A는 거절이라는 공포를 피하기 위해 마음 속 하트를 지우개로 지워버렸다.

p.s. 친한 친구 A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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