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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 : 세상을 바라보는 창 / 고정관념에 대하여

GoldGiver 2021. 9. 27. 21:09

Meanwhile, in the hospital...

프레임이라는 책을 읽다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아들과 아버지가 차를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바로 사망하고, 아들은 응급실로 실려갔다.

그런데 수술 차트를 본 외과 의사가 "나는 수술을 할 수 없어! 이 애는 내 아들이야!" 라고 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잠시 혼란에 빠지지만, 이내 외과 의사가 아들의 어머니라는 것을 쉽게 눈치챈다. 순간적으로 '외과의사 = 남성'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판단이 늦어진 것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우리가 성역할 고정 프레임이라는 관념의 희생양이라고 지적한다.

고정관념은 나쁜 것일까?

물론 나 또한 성역할이 고정되어 있으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성별 뿐만 아니라 인종이나 종교 등 기타 사유로 인해 개인의 자유가 침해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고정관념은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생긴 것이 아닌, 현상 그 자체를 인식하는 것에서 비롯된 경험론적인 접근법에 가깝다. 예를 들어, 모델이라는 직업을 누군가 이야기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성보다 여성을 떠올리는 것처럼 말이다.

당신이 어떤 글을 읽고 있는데, 이런 문구가 나왔다고 해 보자. '나는 어제 예쁜 디저트 카페에 갔다'. 아마 이 문장을 읽은 사람들은 글의 저자가 여자일 것이라고 암묵적으로 추측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추론에 저열한 의도가 있는가?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그것이 정말 '위험한' 생각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정관념을 마치 '악'인 것처럼 규정하는 사람들은 현실에서 벌어지는 현상들이 자신들의 희망사항과 반하기 때문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Go Back

나도 한때는 세상이 불공평해만 보였었고, 소위 '기득권'이나 '가진자'들에게 그 책임을 돌렸다. 사회의 불공정함과 병폐의 원인이 그들에게, 혹은 그들이 만든 기형적 구조에 있다고 굳게 믿었다. 사회 구조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고, 세상이 크게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철없는 생각은 시간이 지나면서 빛이 바래듯 퇴색되었다. 사회라는 것은 어떤 한 사람이 만들 만큼 간단하지도 않으며, 단순하지도 않다. 또한 나보다 더 높은 위치에 올라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사회의 모든 면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도 아니다. 다만 주어진 환경에서 피라미드를 올라가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

물론 구조적인 결함을 악용하거나 타인을 짓밟고, 등쳐먹어 물질적 성공을 거둔 사람도 있다. 어떻게 모든 사람이 선량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사회는 만만하지 않다. 이는 대부분의 경우에서, 사회는 이런 사람이 승승장구하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지 않다는 뜻이다.

 

Do(Don't Say) What You Wanna Do(Say)

의도와 결과는 다를 수 있다. 아무리 좋은 게임을 만들려고 노력을 해도, 실제 결과물은 버그 투성이인 컨텐츠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프로젝트에 쏟아 부은 노력과 시간까지 폄하할 수 있는 걸까? 날 선 피드백은 성장에 도움이 되겠지만 인신공격까지는 할 필요 없지 않은가. 사회에 불만을 가지는 것은 상관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귀책사유를 인생의 선배들에게 돌리는 게 정당한 것일까.

당신이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부디 바꿔 주길 바란다. 그리고 사회가 지금 이 모양 이 꼴인 것이 선조들의 잘못이라고 이야기해도 정당한 요구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당신은 개개인의 노력으로 사회가 변할 수 있다고 믿으니까.

하지만 만약 당신이 사회를 바꿀 수 있을 만큼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선조들에게 그 책임을 묻지 말고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하자. 왜 자신은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을 남에게 요구하는가? 당신의 젊음이 노력으로 얻어진 것이 아니듯, 그들의 세월도 그들이 성취한 것이 아니다. 요는, 그 사람들도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겼을 뿐 본질적으로 당신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고정관념을 옹호하려는 생각은 없지만,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은 매우 중요하다. 사회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갈 것인가는 작게는 인생을, 크게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현재의 사회구조는 지금까지 인류가 설계한 모든 시스템 중 최선의 결과물이다.' 왜, 많은 사람들이 '지금은 단군이래 가장 돈을 벌기 좋은 시기이다'라고 하지 않는가. 모순적으로 들리겠지만, 그건 의심할 여지없이 사실이다.

나는 그렇게 대단한 존재는 아니다. 그러니 나 또한 다른 사람에게 너무 많은 것들을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현재 나에게 주어진 조건이 '역사적으로' 최고라고 인식하며, 지금 이 순간으로부터 차근차근 전진해보고자 한다. 모르긴 몰라도 매일 찡그린 표정으로 일어나 불평 불만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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