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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Foodie's Study
언젠가부터, 프로포즈를 할때 다이아 반지를 건내는 것은 뭇 여성들의 로망으로 자리잡았다. 다이아몬드는 언제부터 영원한 사랑의 상징이 되었나. 때는 1947년. 남아공에서 시작한 주얼리 회사인 드비어스는 "A diamond is forever"이라는 광고 카피를 전 세계적으로 히트시키는 것에 성공했다. 광고계에서 전설로 남은 이 카피는, 다이아몬드가 영원한 사랑의 상징으로 자리잡는 일에 혁혁한 공헌을 했다. 물론 그 이전에도 다이아몬드는 고급진 사치품이긴 했지만. 대체 다이아몬드가 비싼 이유가 뭘까. 아, 물론 경제학에서 배우는 수요와 공급을 이야기하고 싶은 건 아니다. 그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니까. 다만 그 수요가 어디서 창출되는지 궁금했을 뿐이다. 왜 다이아몬드는 비싸져야만 했을까. 경제학적인 관점..
바야흐로 예약대란이다. 유명하고 맛있는 곳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사전작업이 거의 필수가 된 시대가 열렸다. 물론 너무 장사가 잘 되서, 굳이 예약 따위 받지 않는 음식점들도 부지기수다. 그런 곳들은 추운 겨울날 롱패딩을 부여 잡으며 같이 온 친구나 연인들과 펭귄 놀이를 할 준비를 해야한다. 아버지는 자칭 미식가이기에 맛집을 찾아가시는 편이다. 포장도 자주 해 오시고. 자칭 미식가인 아버지.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아버지는 혼(混)식가에 가깝다. 뭐든지 비비고 섞어 드시니까. 전문 용어로 쓰까 묵는다고 하던가? 맛집의 세계는 냉혹하다. 잘되는 곳은 잘되고, 안되는 곳은 안되는 법.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음식점의 경우 그 편차가 제법 크다. 바로 옆집에 붙어 있어도 문전성시를 이루는 집과, 파리만 날리..
마음이 따뜻하다는 것을 어떻게 정의내리면 좋을까. 그냥, 온기를 오감으로 느끼듯 따스한 마음이라는 놈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안되는 걸까. 따뜻한 마음이라는 녀석의 정체를 꼬질꼬질하게 파고들어 결론을 내려야 직성이 풀리는 슬프디 슬픈 나의 성격이여. 어쩌면 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기에 이미 틀린 운명을 타고난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타고난 팔자 따위,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 나이기에 아직 일말의 희망은 남아 있지 않을까. 사람은 변한다. 이전 글에서도 그 주제를 다룬 적이 있고 앞으로도 사람이 변한다는 나의 생각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사람은 끊임없이 변한다. 물론 변모하는 생김새는 각기 다르다. 마치 먹구름에서 뛰쳐나온 빗방울이 서로 다른 무늬의 결정을 이루듯이. 그렇다면 나는 어떨까..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에서 닥터 스트레인지는 스파이더맨에게 이런 대사를 던진다. "The problem is you trying to live two different lives. The longer you do it, the more dangerous it becomes!" 스파이더맨은 참 욕심이 많다. 욕심이 없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겠냐마는, 극중의 피터 파커는 철부지라는 컨셉답게 원하는 것을 쏙쏙 골라가지려고 하는 아이같은 면모를 보여준다. 그래서 큰 어른이자, 마치 숙부같은 존재인 닥터 스트레인지에게 떼를 쓰기도 한다. "문제는 너가 두 가지 다른 삶을 동시에 살려고 하는 데에 있는거야." 닥터 스트레인지로서의 삶을 살기 위해 스티븐이라는 삶을 포기했던 그이기에, 닥터 스트레인지는 스파..
"하늘에서 쓰레기가 내리고 있다" 새파란 일병이던 시절, 눈이 내릴 때마다 우리 부대의 모 병장이 했던 이 말은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나는 당시에 1200미터 정도 되는 산 위에서 근무했었는데, 겨울이 되면 부대가 온통 눈으로 뒤덮였다. 나름 장관이었다. 그래서 밤낮이 바뀌는 근무를 뛰러 나가는 와중에도 나는 종종 설산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곤 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일장일단이 있는 법. 눈이 오는 날이면 교대근무로 잠든 나를 깨우는 사이렌이 울려퍼졌다. 제설을 하라는 하늘의 계시인 것이다. 다행히 부대가 좁아서 제설할 영역이 많지는 않았지만, 제설이라는 건 너무나도 귀찮고 고된 일이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던가. 사실 눈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었다. 누군가에게는 설렘이라는 선물..
어릴적, 눈은 항상 내 마음을 설레게 했다. 시골에서는 대단한 놀거리가 없었으니까. 방구석에 친구들과 옹기종기 모여 했던 유희왕, 그리고 날씨가 좋은 날 동네 아이들 몇이 모여 와리가리와 발야구를 했던 추억들. 혹은 뒷동산 냇가에서 돌 아래에 숨어 있는 가재를 잡고 놀았던 기억들. 그 정도가 눈이 오지 않은 날 즐길 수 있었던 일탈의 거의 전부였던 것 같다. 하지만 눈이 내리면, 눈이 누렇게 내팽개쳐져 있는 들판을 덮어버리면 우리는 마치 별장이 딸린 놀이동산에 온 것만 같이 밖을 뛰쳐나갔다. 스키장도 아닌데 창고에서 빨간색 스키복을 꺼내입고, 눈 썰매장도 아닌 곳에서 형광색 플라스틱 썰매와 쌀포대를 타며 스릴을 즐겼다. 신비한 눈. 비가 너무 추워 흰 옷을 입었을 뿐인데 언제나 모두에게 환영받게 된 예쁜..
아. 오늘은 정말로 일하기가 싫은 날이다. 누군가가 평소에 일하고 싶었던 날이 얼마나 있었냐고 나에게 물어본다면, 나는 하늘에 떠있는 달을 가리킬 것이다. 그리곤 아무것도 없는 빈 하늘을 보고 있는 질문자의 눈동자를 가볍게 찔러버려야지. 원래 말 같은 질문을 해야 대답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법이다. 휴. 정말로, 오늘만큼은 더 이상 일을 할 수가 없다. 누군가가 나에게 오늘 얼마나 일했냐며, 무슨 일을 했는지 한번 들추어 보려 한다면. 나는 사춘기 소년이 되어 짝사랑하는 같은 반 여학생에게 인터넷 검색 기록을 들키는 듯한 부끄러움을 느낄 것이다. 되도 않는 변명을 잔뜩 늘어놓아야지. 손은 눈보다 빠르지만, 입보다는 훨씬 빨리 지치는 법이라며 필사의 항변을 펼칠 것이다. 지금도 나는 일을 하고 있지..
싸이의 '청개구리'라는 노래가 있다. 사실 이후에 슈퍼스타K에 나온 로이킴이 부른 버전이 훨씬 유명해져서, 노래방에서는 로이킴 커버의 청개구리밖에 불러본 적이 없지만. 어쨌든, 나는 그 노래를 들으면 항상 내 자신이 청개구리가 된 것 같은 감상에 빠진다. 착각이 아니라 어느 정도는 진짜 청개구리이니까. 흔히 남자와 여자의 학습에 대한 차이를 이야기 할때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가 하나 있다. 바로 'agreeable'이라는 단어다. 평균적으로 여성은 남성보다 'agreeable'한 태도를 보이고, 남자는 'disagreeable'한 태도를 보인다. 물론 여성 중에서도 'disagreeable'한 사람이, 남성 중에서도 'agreeable'한 사람이 있겠지만, 통계적인 분포로 파악해 보았을때 남성이 양 극단에..
1. 창의적이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선배가 한 명 있다. 수학과와 컴퓨터 공학을 복수전공 하면서도 숨마쿰라우데라는, 최우등 졸업장을 거머쥔 괴물. 하지만 질문을 하면 언제나 친절하게 받아주면서도, 출중한 피아노 실력까지 갖춘 엄친아 같은 선배. 수업 중 '창의성'이라는 것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시간에, 그 형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창의적인 것이라고 받아들인다'고. 그런 의미에서라면, 듄은 정말 창의적인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스타워즈를 연상시키는 SF 배경과, 매드맥스의 향수를 느껴지게 하는 사막이라는 소재.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다양한 상징과 함께 녹여낸 뛰어난 영상미는 한 소년이 구원자로서 성장하는 내러티브를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다. 이런 저런 이유를 덧붙였지만, 결론적으로 듄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