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일상 (167)
KoreanFoodie's Study
"졸렬한 놈이랑은 친구하면 안되냐?" P는 그렇게 말했다. 친구관계에 대한 나의 끊없는 고찰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세 얼간이 같았던 친구들 라이벌 관계였던 그 친구 점점 멀어졌던 그 친구 열등감을 폭발시켰던 그 친구 쓰레기처럼 행동했지만 끝까지 친구로 남아준 그 친구들 일 년에 한 두 번 연락하게 된, 친한 대학교 친구들 친구란 무엇일까. 어떤 사람을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걸까. 어떤 관계를 친하다고 정의내려야 하는 걸까. 가까워지고 또 멀어졌던 친구들은 다들 제각각의 색깔을 띠고 있었다. 나에게 친구란. 서로에게 책임과 의무가 없는 관계. 친구이기 때문에 무언가 해야하고, 이렇게 해줘야 한다는 규칙이 없는 상대. 오히려 그렇기에 더욱 편하고 나다워질 수 있는 상대. 인생이라는 짐을 같이 짊어들지는 않..
언제까지 어른스러워야 하는 걸까. 언제까지 어른인 척을 해야 하는 걸까. 아이와 나는 뭐가 다르기에, 스스로를 어른으로 포장하는가. 화내고, 떼쓰고, 울며 불며 매달릴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 하지만 사시사철 사춘기를 겪고 있는 아이는 여전히 내 마음속 지하실에 살고 있다. 예민하고 철없는 아이를 차마 내보낼 순 없기에, 어르고 달래고 재우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겠지. 때론 그만두고 싶다. 모든걸 내려놓고 싶다. 집안이 어지러지고 난장판이 되더라도, 그냥 말리지 않고 싶은 충동이 든다. 나쁜 친구를 만나 가출하게 되더라도 내버려두고 싶다. 언젠간 돌아오겠지, 라며 관조적인 감상에 잠기면서. 어른이 되는 길은 참 어렵다. 아니, 어쩌면 어른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 걸지도 모른다. 다만 아이를 위해..
나는 늘 웃고 있는 골든 리트리버를 부러워했다. 저 녀석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개집청약 따위를 고민하지는 않을텐데. 무엇을 먹을지 생각할까? 초콜릿을 먹어 본 적이 없으니, 코코아를 먹고 싶다는 생각도 해 본적도 없을텐데. 그래도 나는 여전히 골든 리트리버가 부럽다. 나는 생각이 너무 많으니까. 생각이 없었다면, 조금만 더 적었다면, 어쩌면 지금의 나는 더 행복했을지도 모르겠다. 즐거움, 행복, 보람, 만족. 이 모든 것들이 내 생각에서 비롯되었듯이, 짜증, 화, 스트레스. 이 모든 것들 또한 생각이라는 가지 위에 열매를 맺고 있다. 화가 난다. 하지만 화를 내서는 안되겠지. 그러니 속으로 삭인다. 조용히 숙성시킨다. 쉽지 않다. 흔히 발효와 부패는 한 끗 차이라고 하던가. 살기 위해 필요한 산소..
시간이 없다. 시간을 사고 싶다. 미하엘 엔데의 모모에서처럼, 시간은행이 있었으면 좋겠다. 성실히 갚아나갈 자신도 있는데. 물론 신용불량자가 되어 말년을 인큐베이터에서 마감할수도 있지만서도. 안타깝게도 은행은 없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시간을 사고 파는 일이 성행하고 있다. 비록 저장을 할 수 없기에 보이지 않을 뿐. 사람들은 시간을 물건과 맞바꾸기도 하고, 돈을 벌기 위해 사용하기도 한다. 어떻게 쓰는 것이 제일 현명한 소비일지는 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부분이겠지. 시간에도 영수증이 붙는다. 그러니 허투루 사용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돈과는 달리 시간에는 법인카드 따위도 없으니. 함부로 사용한 시간은 나랏님조차 구제해 줄 수 없다. 내 머릿 속 창고는 헛되이 사용한 영수증이 가득 담겨 넘치기 직전이..
오늘은 회전목마라는 노래를 들었다. 한 가지 노래에 꽂히게 되면 하루종일 그 노래를 틀어놓는 내 버릇이 또 발동되었다. 공부중에도, 샤워할때도, 이동중에도 어김없이 회전목마가 반복재생된다. 회전목마라. 회전목마에는 항상 특유의 감성이 묻어있다. 사실은 어렸을 적, 회전목마를 타 본 일이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을 못 하는 것이 아니라 타 본 적이 없을지도 모르지. 빙빙 돌아가는 회전목마처럼 영원히 계속될 것처럼. 빙빙 돌아온 우리의 시간처럼. 노래 가사처럼, 나도 나에게 주어진 시간과 젊음이 계속될 줄만 알았다. 빙빙 돌아가는 회전 목마처럼, 내 눈에 보이는 풍경은 한바퀴를 돌아도 처음 그대로일줄 알았다. 빙빙 돌아가는 회전목마를 탄 채 주변을 둘러보니, 어느새 첫 바퀴째의 풍경과는 사뭇 달라진 것들이 눈..
어제는 하루종일 원슈타인의 적외선 카메라를 들었다. 2020년 겨울, 나는 별 걱정도 없이 자취방에서 이 노래를 들었다. 이 노래가 내 걱정을 가져가버린건지도 모르겠다. 그냥, 이 노래를 들으면 그때로 되돌아간 것만 같다. 따뜻한 전기장판 위 싸구려 일인용 침대에서 웅크리고 앉아 고개만 살짝 흔들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여유와 권태 사이에서 하릴없이 시간을 죽이던 한심하고 부러운 내가 보인다. 그땐 그랬었지. 겨우 1년이라니. 벌써 1년이라니. 시간은 너무나도 소중하다. 그러니 노래도 함부로 고르면 안되는 것이다. 노래를 듣는다는 건, 그 가수의 목소리에 내 시간을 바치는 행위이니까. 노래가 나라에서 허용한 유일한 마약이라는 우스갯소리처럼, 그때의 나는 그냥 무언가에 취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
사람들로 빽빽히 가득찬 강철상자 속에서 사람들은 하나같이 플라스틱 장난감을 손에 쥐고 있다. 때론 상상이 가질 않는다. 어른아이들의 손에 형형색색의 장난감이 들려있지 않았던 광경이. 분명 예전에는 그랬을 텐데. 고개를 처박고 한 곳만 바라보는 대신, 천장과 다른 사람들의 얼굴을 구경하며 시간을 죽였을 텐데. 그런 장면은 분명 너무나 어색할 것임에 틀림없다. 거대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서로의 눈치를 보는 그런 상황이겠지, 모르긴 몰라도. 출퇴근길 버스도 지하철처럼 수많은 사람들을 콩나물처럼 가득 싣는다. 어떤 선배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만약 화산 폭발이나 다른 재해가 발생해, 폼페이처럼 사람들이 산 채로 보존되게 된다면. 그리고 수많은 시간이 흘러 외계인이 우리 행성에 방문하게 된다면. 버스에 탄 사람들..
Memento Mori 당신이 '진짜 맛집'을 찾는다면 기억해야 할 두 가지가 있다. 1. 한국인은 감성에 미쳐있다. 2. 기대하면 실망한다. 감성이 진짜 뭐길래. 사람들은 왜 별 거 아닌 밀가루 덩어리에 돈을 내던지는 걸까. 비슷한 음식이라도 접시의 굴곡에 몸값이 왜 그리 달라지는 걸까. 아, 물론 과하지 않은 은은한 조명이 빠져서는 안되겠다. 감성이란 게 참 오묘하다. 합리적으로는 당최 이해할 수가 없다. 뜨끈한 국밥을 먹고 '아 좋다~'를 외치는 아재가 되어버린 나에게 남은 선택지는 이해할 수 없는 감성이라는 개념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것 뿐이다. 누군가 감상을 물어보면 먼 산을 바라보듯 시선을 돌리며 미소를 짓는 것 밖에. 분위기를 깨고 싶지는 않으니까. ...라고 말했지만, 사실 나도 아예 감..
이번 서평에서는 '타이탄의 도구들이라는 책을 다루며, 경제적 자유를 얻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비결과 각자의 무기에 대해 다루고자 합니다. 경제적 자유를 얻은, 정상의 거인들 모든 사람이 성공하는 꿈을 꾼다. 하지만 실제로 그것을 이루는 사람은 매우 소수이다. 수많은 사람들은 그들을 보며 질문을 던진다. '성공하는 사람은 도대체 무엇이 다르기에 저 위치에 설 수 있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공하겠다는 "꿈"을 꿀 때, 거인들은 성공하겠다는 "목표"를 세운다. 그리고 자신들이 갖고 있는 튼튼한 갈고리를 이용해, 성공이라는 정상까지 우직하게 기어올라 간다. 책에서 소개하는 '타이탄의 도구들'이란, 큰 성공을 거둔 타이탄들이 자신의 성공을 일구기 위해 사용했던 '갈고리'인 습관들, 마음가짐 혹은 기믹들..
서울시 교육청 전자도서관에 우리나라에 미니멀리즘을 유행시켰던 책 중 하나인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가 있길래 무료로 빌려 읽어 보았다. 사실 평소에도 미니멀리즘을 동경했던 터라, 상당히 와닿는 부분이 많았던 책이었다. 사실 핵심은 간단하다. 1. 물건을 2배 가지고 있다고 해서 2배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것 2. 물건을 사고 모으면서 물건이 공간과 나 자신을 소유하게 된다는 것 3. 물건에 빼앗기던 시간과 에너지를 온전히 내 자신에게 쏟을 수 있다는 것 이 세가지로 요약해볼 수 있겠다. 아, 물론 쓸데없는 지출이 줄어들고, 생활이 조금 더 여유로워 지는 부수입은 있겠다. 다만, 미니멀리즘은 절약이 아닌 '꼭 필요한 소유를 하는 것'이다. 라이프스타일 내지는 철학에 가까운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