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일상/에세이 (59)
KoreanFoodie's Study
나는 어릴 적, 만화영화를 보며 한번도 대단하단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만화영화의 캐릭터나 스토리, 작품 전체를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적은 있지만 그런 작품을 만드는 것의 수고로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적이 없는 것 같다. 당연한 것은 없다. 그렇지만 나는 어릴 적 만화영화 한편을 만들기 위해 수백명의 사람들이 몇년에 걸쳐 이를 만드는 모습을 상상할 수가 없었다. 지금은 너무나 존경스럽게 보이기만 하지만. 때론 신기하기도 하다. 한 명의 만화가가 평생을 걸쳐 쏟아부은 노력이 어느 철없는 독자에게는 하루 정도의 유흥으로 소비된다는 것이. 또, 어떤 작가가 몇 년에 걸쳐 써내린 작품도 어떤 사람에겐 몇분조차 할애할 가치없는 활자의 나열이 되어버린다는 것이. 당연한 것은 없다. 나와..
클루지라는 개념을 알게 되면, 사람들이 왜 수없이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지 알 수 있다. 또한 사람들의 의사결정을 예측함으로써, 상대방의 행동을 읽어내거나 조종할 수 있을 것이다. 클루지란 무엇일까? 클루지란, 어떤 문제에 대한 서툴거나 세련되지 않은 (그러나 놀라울만큼 효과적인) 해결책을 뜻한다. 이는 인간의 진화과정을 돌이켜 봤을때, 그 예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인간의 척추는 대표적인 클루지다. 만일 일자가 아니라 4개의 기둥이 균일하게 버팀목 역할을 하며 몸무게를 지탱했다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구조가 네발짐승의 척추에서 진화했기 때문에, 불완전하게나마 일어서는 것이 아예 일어서지 않는 것보다 더 나았다. 자연은 (혹은 생존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적응성을 우선시 했다...
Meanwhile, in the hospital... 프레임이라는 책을 읽다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아들과 아버지가 차를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바로 사망하고, 아들은 응급실로 실려갔다. 그런데 수술 차트를 본 외과 의사가 "나는 수술을 할 수 없어! 이 애는 내 아들이야!" 라고 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잠시 혼란에 빠지지만, 이내 외과 의사가 아들의 어머니라는 것을 쉽게 눈치챈다. 순간적으로 '외과의사 = 남성'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판단이 늦어진 것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우리가 성역할 고정 프레임이라는 관념의 희생양이라고 지적한다. 고정관념은 나쁜 것일까? 물론 나 또한 성역할이 고정되어 있으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성별 뿐만 아니라 인종이나 종교 등 기타 ..
이 글을 끝까지 읽는다면, 왜 자청이 강의를 70만원에 팔려고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자청이라는 꽤나 유명한 창업 유투버가 있다. (16만 구독자 보유) 자청이라는 사람은 사업체를 여러개 가지고 있으면서, 연봉 10억을 버는 자수성가 청년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그는 흙수저 오타쿠에서 시작하여 경제적 자유를 얻게 되었다며 스토리텔링을 한다. 그리고 그 비결을 알려주는 강의를 유투브에서 몇 개 공개했는데, 반응이 정말 폭발적이었다. 탄력을 받은 자청은 클래스101에서 무려 70만원 짜리 강좌를 오픈하게 되는데, (지금은 55만원 정도이다) 가격에도 불구하고 후기가 4000개가 넘게 달리는 등 엄청난 히트를 치게 된다. 그에게는 성공한 사업가라는 명성과 함께 사기꾼이라는 비난이 따라붙는다. 이것은 성..
누구에게나 한번쯤 봄은 찾아온다. 발렌타인이 찾아왔다. 봄바람은 굳게 닫혀 있던 A의 마음속 문을 열어 젖혔다. 설레는 마음을 담은 싸구려 초콜릿 상자를 들고, 학교로 향하는 길. A는 오랜만에 느끼는 설렘에 기분좋은 불쾌함을 안고 학교 정문에 도착했다. 5000원짜리 종이 박스 안에는 수줍게 그려진 하트 엽서가 들어있었고, A는 항상 그를 보며 밝게 인사를 건네던 B에게 연락을 하기 위해 핸드폰을 꺼냈다. 하지만... 중략 ... A의 발렌타인은 봄바람을 타고 스치듯 홀로 떠나갔다. True Love 진실된 사랑이란 무엇일까? 사랑의 'ㅅ'자도 모르는 나에게 있어서 이 질문은 항상 어렵기만 했다. 사랑이라. 짝사랑도 사랑이라고 할 수 있는 걸까? 누군가를 정말 사랑한다는 건 그 사람의 외적인 요소를 들..
삶은 고통이다. . . . 그게 전부다. 나는 왜 공부를 하는 걸까. 그 시절 왜 그렇게 공부가 전부라고 생각했었을까. 평소에는 후회하지 않았지만, 때때로 다른 길을 걷는 사람들을 보며 부러움에 몸부림치는 내가 있다. 참 어렵다. 행복이라는 것은.. 만족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요원한 감정이다. 밑 빠진 항아리는 채우는 것이 아니라 강물에 던져 놓아 물이 계속 흐르도록 만드는 것이 항아리를 제일 기쁘게 하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그럼 항아리를 항상 물에 흠뻑 젖게 만드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끝없는 쾌락인가? 아니면 항아리를 부수면 되는 걸까? 톨스토이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느냐는 질문에 '사랑'이라고 답한 바 있다. 당시 나는 이것을 비웃고 비이성적이라며 비판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생각을 조금 바꾸려 한다...
해당 게시글은 오세라비 작가님이 2018년 11월 26일, 서울대학교에서 진행했던 강연에 대한 후기글입니다. 오세라비님 강연 후기 정말 오랜만에 글을 써 보는 것 같습니다(코드, 보고서 제외). 그만큼 오늘 오세라비님의 강연은 꽤나 큰 자극이었네요. KBS에서 촬영도 하러 왔으니, 아마 풀 영상은 힘들어도 편집본이나 클립 정도는 올려 주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말 그대로 ‘후기’도 아닌 ‘감상’인지라, 강연에 대한 내용을 요약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의식의 흐름을 따라 몇 자 적어볼까 합니다. 0. 페미니즘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페미니즘은 1940년대까지의 여성 참정권 운동(Women’s movement) 이후 새롭게 등장한 개념입니다. 이전의 여권 신장 운동과는 구별되는 개념으로, 독일 ..
나는 옅은 기대감이 뭍은 손을 움직여 내 점수가 저장된 파일을 열었다. 어디보자… xxxxx... xxx . . . oooo-ooooo : 58점 xxxx-xxxxx: 13점 oooo-ooooo : 48점 . . . 나는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그리곤 이내 그 멈칫거림조차 멈추었다. 멍- 하다. 나는 기대를 완전히 저버린 나의 점수를 보고 그저 멍할 뿐이었다. 이전 같으면 분노와 부끄러움, 수치심 따위의 여러 감정이 나를 사방에서 괴롭혔겠지.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평정을 찾은 걸까? 익숙해진 걸까?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조금도 즐겁지 않았다. 아니, 즐겁기는 커녕 몸이 무겁게만 느껴졌다. 축 처지는 느낌. 활기차게 떠들어 대는 밴드 보컬의 소리가 밋밋하기만 하다. 어, 포기가 뭘까? 오늘 나..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버스를 탄 후 관악산을 내려가던 중, 현수막에 쓰인 글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우리는 타자의 권리를 부정할 권리가 있는가?” 에서 “우리는 타자의 권리를 부정할 권리가 있는가?”라는 주제로 토론을 진행한다는 홍보용 현수막이었다. 나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리고 잠시 영화관에 들러 놓고 온 모자를 분실물 센터에서 찾아보는 시간 동안에, 또는 횡단보도를 건너며, 이 주제에 대해 잠깐 생각해 보았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이것이다. 현실 세계에서 타인의 권리는 이미 (일부분)부정되고 있으며, 또한 부정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언뜻 보면 저 문장을 보고 사람들이 극단적이며 반인륜적인 발언이라고 하며 원색적인 비난을 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타인의 권리가 ..